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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 한국 시장 진출, 어도비 무너뜨릴 전략은

by 🪨이다 2025. 5. 31.

피그마와 어도비의 디자인 도구 경쟁을 나타내는 현대적인 기술 비주얼, AI 시대 디자인 협업 플랫폼 대결 이미지
피그마 vs

AI 시대의 디자인 도구 패권 싸움, 피그마가 던진 승부수는?

글로벌 디자인 협업 플랫폼 피그마(Figma)가 27일 서울 강남 엘리에나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제품의 한국어 정식 버전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선 전면적인 현지화와 함께, AI 기반 신제품 4종까지 한번에 공개한 이번 발표는 피그마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잠깐, 피그마가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 바로 어도비라는 거대한 경쟁자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이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목차

  • 피그마, 한국에서 본격 시동
  • 어도비와의 26조원 인수 무산, 그 후
  • Config 2025 신제품으로 판 뒤집기
  • 한국 시장이 특별한 이유
  • 어도비 vs 피그마, 승부의 핵심


피그마, 한국에서 본격 시동

🇰🇷 완전 현지화의 진짜 의미

이번 현지화에는 제품 전체의 한국 번역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맞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한국어로 제공되는 고객 지원 서비스도 포함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피그마가 한국을 위해 글로벌 유일의 채널 파트너십을 단군소프트와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지금까지 피그마는 철저히 본사 중심의 글로벌 서비스 방식을 고수해왔는데, 한국만을 위해 현지 파트너십을 만들었다는 건 한국 시장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보여주는 거다.

📊 놀라운 한국 시장 성장세

피그마의 한국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코스피 200 상장사 중 약 3분의 1이 피그마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국내에서 생성된 피그마 파일 수는 400만 개 이상에 달한다. 하루 평균 7만 5천 개의 파일이 편집되고 있다니, 이 정도면 이미 한국이 피그마의 핵심 시장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 놀라운 건 사용자층의 다양성이다. 유키 야마시타 피그마 CPO는 "피그마 사용자의 3분의 2는 비 디자이너이고, 30%는 개발자"라고 밝혔다. 이미 디자인 도구를 넘어 협업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어도비와의 26조원 인수 무산, 그 후

💸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합병 무산

2022년 9월,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뉴스가 터졌다. 어도비는 이날 200억 달러에 피그마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무려 26조원 규모의 인수였다. 포토샵의 어도비가 신흥 강자 피그마를 품에 안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도비가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플랫폼 기업 피그마 인수를 포기했다.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영국, 유럽연합, 미국 규제당국 모두가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어도비와 피그마는 앱 및 웹 디자이너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공급업체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 두 회사는 밀접한 경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산 이후 더 치열해진 경쟁

인수가 무산되자 두 회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어도비는 1조 3천억원의 해지 수수료까지 물어가며 포기했지만, 이제 더 이상 피그마는 인수 대상이 아닌 완전한 경쟁자가 됐다.

그리고 피그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Config 2025에서 보여준 것처럼 훨씬 더 공격적인 혁신을 시작한 것이다.


Config 2025 신제품으로 판 뒤집기

🤖 AI 시대의 게임 체인저들

올해인 2025년에는 Grid, Sites, Make, Buzz, Draw 등 무려 5가지 신제품이 공개되며 디자인 툴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AI 기반의 프로토타이핑 기능과 CMS, 반응형 웹사이트 제작까지 피그마 하나로 가능해졌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피그마 메이크(Figma Make)다. 자연어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AI가 동적인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이게 얼마나 혁신적이냐면, 기존에는 디자이너가 몇 시간 걸려 만들던 프로토타입을 몇 분 만에 완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디자인에서 웹사이트 배포까지

피그마 사이트(Figma Sites)는 더욱 파격적이다. 디자이너가 코드 없이도 실제 동작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피그마는 단순한 디자인 도구가 아니라 웹 개발 플랫폼까지 커버하게 된 셈이다.

야마시타 CPO의 설명을 들어보자: "피그잼과 피그마 슬라이드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피그마 디자인으로 시각화하고, 피그마 데브모드에서 코드로 변환한 뒤, 피그마 사이트에서 실제로 동작하는 웹사이트를 구축하며, 피그마 버즈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나? 이제 아이디어부터 실제 서비스 런칭까지 모든 과정을 피그마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시장이 특별한 이유

🚀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

한국이 피그마에게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사용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단군소프트 김우성 부사장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주로 미주나 유럽의 경쟁사들을 참고하거나 뒤따르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며 해외 진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의 IT 기업들이 이제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가 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당근마켓, 강남언니, 우아한형제들 같은 기업들이 피그마를 활용해 글로벌 수준의 UX를 만들어내고 있다.

💼 생산성 30% 향상의 비밀

카카오뱅크 디자인 리드 이승환 팀장은 "피그마는 저희가 하루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여는 도구이다. 이제는 전면 한국어화된 환경에서 두 가지 언어를 번갈아가며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핵심 프로젝트를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며, 피그마 도입 후 직원 생산성이 약 30% 증가했다고 전했다.

30% 생산성 향상이라니! 이 정도면 단순한 도구 변경이 아니라 업무 방식의 혁신이라고 봐야 한다.

🎨 한국 특화 요구사항

피그마가 한국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만의 특별한 요구사항들 때문이다. 야마시타 CPO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같은 한국 시장만의 특별한 요구를 많이 들었고 한국 문화를 반영한 현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글의 복잡한 조형과 세밀한 타이포그래피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면 아시아 전체 시장으로의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도비 vs 피그마, 승부의 핵심

📈 시장 점유율의 역전

2022년 설문에 의하면 Figma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네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도비 XD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피그마가 이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역전의 배경에는 근본적인 철학 차이가 있다. 어도비는 전통적인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기업의 DNA를 갖고 있다면, 피그마는 처음부터 클라우드 네이티브 협업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 협업 vs 개인 작업

가장 큰 차이점은 협업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어도비의 도구들은 여전히 개인 작업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물론 클라우드 기능을 추가하고 협업 도구를 만들고 있지만, 기본 철학은 '강력한 개인 도구'에서 시작한다.

반면 피그마는 처음부터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구글 독스가 MS 워드를 위협할 수 있었던 이유와 똑같다. 도구의 강력함보다는 협업의 편의성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 AI 전략의 차이

AI 시대에 두 회사의 전략도 확연히 다르다. 어도비는 이미 포토샵에 AI 기능을 대거 추가하고, 생성형 AI인 Adobe Firefly를 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도구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그마의 AI 전략은 다르다. AI 파트너가 형식의 제한 없이 창의성을 확장해주는 도구로 사용된 거죠. 단순히 기능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창작 과정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피그마 메이크가 좋은 예다. 텍스트로 아이디어를 입력하면 AI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주는 것은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를 완전히 뒤바꾸는 혁신이다.

🌍 글로벌 vs 로컬라이제이션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전략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어도비는 여전히 '글로벌 표준 제품'을 전 세계에 배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물론 다국어 지원은 하지만, 현지 문화나 특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피그마는 정반대다. 피그마는 최근 브라질 시장을 위한 포르투갈어 현지화 버전을 선보였다. 이는 한국어, 일본어, 스페인어에 이어 네 번째로 추가된 언어로, 피그마의 글로벌 사용자 기반 확대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와 업무 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승부의 향방은?

🔮 미래를 결정할 3가지 요인

1. AI 활용 방식의 차이
어도비가 AI로 개인의 창작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이라면, 피그마는 AI로 팀 전체의 협업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어느 쪽이 더 많은 사용자에게 어필할지가 관건이다.

2. 에코시스템의 확장성
피그마는 이미 디자인 도구에서 시작해 웹 개발, 마케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Config 2025에서 보여준 것처럼 '아이디어에서 런칭까지' 전 과정을 커버하려 한다. 어도비도 Creative Cloud로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는 피그마가 더 유리해 보인다.

3. 차세대 사용자층 확보
MZ세대와 그 이후 세대들은 태생적으로 협업과 클라우드에 익숙하다. 이들에게는 어도비의 강력한 개인 도구보다 피그마의 직관적인 협업 환경이 더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

🏆 한국이 보여줄 미래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두 회사의 글로벌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피그마의 한국 현지화가 성공한다면,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로컬라이제이션 + AI + 협업'이라는 조합이 통한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반대로 어도비가 한국에서 Creative Cloud AI 기능들로 반격에 성공한다면, 여전히 강력한 개인 도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글을 마치며...

피그마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다. AI 시대 디자인 도구의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거대한 경쟁에서 한국이 중요한 전장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어도비는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하지만 피그마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협업 중심의 사고방식과 빠른 혁신 속도를 무기로 삼고 있다.

결국 승부는 사용자들이 결정할 것이다. 여러분은 AI 시대의 디자인 도구로 무엇을 선택하시겠는가? 강력한 개인 도구인가, 아니면 혁신적인 협업 플랫폼인가?

앞으로 몇 년간 이 두 거인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한복판에 한국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